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전문연구요원 4주 훈련을 다녀왔다. 이 글에는 훈련소에 입소하기 전, 그리고 4주간 훈련을 받으면서 느낀 점을 정리하려고 한다.
논산훈련소 입소일 배정
훈련소 입소일은 기본적으로 병무청에서 통지해준다. 입영통지서가 입소일 1달쯤 전에 학교(또는 근무 중인 연구소)로 배달되고 병무청에서 친절하게(!) 훈련소 입소일이 결정되었다고 카톡으로 통보도 해준다. 하지만 주변에 카톡은 받지 못했다는 친구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병무청에서 배정해준 입소일은 본인이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입소가 불가능하다면 최대 2번인가까지 미룰 수 있다. 그렇게 미루다 보면 전문연 복무가 끝나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부터 훈련소 입소일을 우선 배정해주기 때문에 이제 막 전문연 복무를 시작해 입소일 배정을 기다리는 경우 거의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배정을 받는 것 같다. 본인은 복무 시작 후 1년 1개월 만에 입소했다.
훈련소 입소일을 본인이 선택할 수도 있다. 전문연구요원 복무 시작 후 시간이 조금(경험상 수개월 뒤) 지나면 본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열리는데, 이 날짜를 별도로 통지해 주지는 않아서 불편하다. 직접 병무청에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는 것 같다. 입소일 선택은 일단 시스템이 열리면 전문연 복무 시작일로부터 1년 내에 신청이 가능
하며, 입소일도 복무 시작일로부터 1년 이내 날짜만 선택이 가능
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갈팡질팡하면서 날짜 선택, 취소를 2번 반복하면 더이상 신청이 안 되게 막힌다고 한다 ('20 초에 주변 지인 사례). 미리 충분히 생각한 뒤 날짜를 선택하고, 혹시 2번 취소해서 막혔다면 병무청에 전화하도록 하자.
훈련소 입소
훈련소 입소는 그냥 입영 통지서에 쓰여 있는 대로 하면 된다. 아마 14:00까지 입영심사대로 오라고 되어 있을 거다. 자차, 기차, 버스 중에서 편한 방식으로 가면 된다.
많이들 듣는 팁 중 하나가 친구와 같은 생활관에 배정받고 싶으면 둘이 꼭 붙어 있으라는 것이다. 다른 기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입소한 기수와 지난 기수(2월)에는 적용되지 않는 팁이었다. 전체 인원을 지역별로 분류한 뒤 이름순으로 호명해 줄을 세워 소대, 분대를 나눴다. 심지어 줄 세울 때에는 1행, 2행 순으로 채우고 분대를 나눌 때에는 1열, 2열로 나누더라. 그렇기 때문에 요즘에는 (또는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은? 이게 코로나 때문에 잠깐 이렇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이 바뀐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끼리 같은 생활관에 배정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훈련
안 그래도 전문연은 다른 자원들(현역, 의경 등)보다 훈련을 덜 빡세게 하는 편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더 널널해졌다. 세면 시간을 충분히 보장, 개인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오전/오후 일과가 10시/14시에 시작했다. 덕분에 아침, 점심 후에 여유롭게 세면하고 훈련을 준비할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여유롭게 준비를 해도 시간이 매우 많이 남는다.
코로나 때문에 훈련이 많이 간략화되었다. 화생방, 각개전투 숙달 훈련은 연병장에서 하고 각개전투 종합 훈련만 근처의 충성교장에서 수행했다. 원래는 훨씬 멀리 있는 훈련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일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훈련은 사격이었다. 영점 사격 때 최대한 집중해서 영점을 잘 맞춰 놓는 것이 중요한데, 영점이 어긋나 있으면 기록 사격 때 그것을 계속 신경 써서 오조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점을 잘 맞춘 탓인지 기록 사격에서 17/20 성적으로 꽤 괜찮게 통과했다. 10발을 맞추지 못한 사람들은 통과할 때까지 또는 준비한 탄창이 다 떨어질 때까지 재사격을 해야 하는데, 이번 기수에는 5탄창 까지 비운 사람이 있었다. 당사자는 물론 애가 탔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사격 많이 한다고 부러워했다. 소대장님 피셜 전문연과 공보의가 다른 자원들보다 사격 합격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서 더 침착하기 때문인 것 같다나...?
행군은 훈련소 전체를 2바퀴 도는 것인데, 아마 10km보다 조금 더 긴 거리로 알고 있다. 나는 발목 염증이 있어서 단독군장으로 걸었는데, 2바퀴째부터 발목이 욱신욱신 쑤셔서 완전군장 안 하길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해보지는 않았지만, 몸이 건강하고 무게만 견딜 수 있다면 완전군장으로 걸어도 가방이 등산 가방처럼 허리를 잡아주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단독군장 또는 환자소대(몸이 아파서 다른 루트로 천천히 걷는 소대)를 신청했다가 완전군장을 한 번 해보고 완전군장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무게가 부담이 된다면 야삽, 방독면, 침낭 등을 몰래 빼고 안에 다른 것들을 집어넣어 모양만 잡아서 가기도 한다. 아마 기간병들도 다 알고 있지만 딱히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다. ㅋㅋㅋㅋ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개인위생을 매우 강조하며 항상 마스크를 쓰도록 통제했다. 마스크는 보급해준 면 마스크 4장을 매일 세척하면 번갈아 가며 사용했고, KF94 마스크도 거의 8장 남짓 받아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사용했다. 물론 밖에서 가져온 KF 마스크도 자유롭게 사용 가능했다. 손 씻는 것도 강조해서 자주 씻었는데 습도가 10~30% 사이를 오갈 정도로 매우 건조했기 때문에 손 피부가 상한 사람이 꽤 있었다. 나도 손등의 피부가 막 하얗게 일어나고 살짝 따갑기도 했는데, 핸드크림을 발라도 워낙 건조하다 보니 잘 커버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훈련 기간 중에 총선이 껴 있었기 때문에 약 45분 거리의 연무체육관으로 이동해서 투표를 하고 돌아왔다. 다른 기수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색다른 경험이었다.
준비물 팁
입소를 앞두고 있다면 주변 사람들 또는 다른 후기 글에서 여러 가지 팁들을 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적지는 않는다. 다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정리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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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 책. 개인 정비 시간이 매우 많기 때문에 시간을 보낼 것이 필요하다. 훈련소에도 책이 꽤 있고 그럭저럭 읽을 만하지만 그래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가는 것이 더 좋다. 나는 내가 가져간 책 1권 (더 많이 가져갔어야 했는데!) 포함해서 6권을 읽었다. 스도쿠, 네모네모로직 등을 가져가는 것도 좋다.
- 핸드크림. 여름에는 좀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봄, 가을, 겨울에는 필요한 것 같다. 없으면 손이 너무 건조해져서 불편하다.
- 여분의 가방 또는 큰 캐리어. 퇴소할 때 전투복과 군화를 포함해 짐이 더 생기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캐리어를 갖고 들어가던지 가방 안에 접히는 더플백을 하나 더 가져가는 것이 좋다. 짐이 안 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훈련소에서 큰 비닐봉지를 주기는 하는데... 당연히 불편하다.
- 무릎/팔목 보호대, 여러가지 상비약, 샤워 바구니(ㅋㅋㅋ), 비닐장갑, 면도크림, 등등... 없으면 불편하고 있으면 좋은 것들.
퇴소
훈련소 퇴소는 (1) 자차 이용 (2) 택시 이용 (3) 도보 이용 이렇게 3그룹으로 나눠서 안내받았다.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어떻게 귀가하든지 간에 일단 도보로 터미널까지 가겠다고 하고 나가는 게 제일 좋다고 기간병이 꿀팁을 알려줬고, 그래서 우리 생활관 사람들은 다들 도보로 퇴소했다. 터미널로 가는 길 중간까지만 통제를 하고 그다음에 알아서 가라고 하는데, 거기서부터 계속 걸어서 터미널로 가든지, 택시를 타고 터미널이나 역으로 가든지, 또는 부모님이 와 계신다면 전화해서 근처에서 만나면 된다.
후기
사실 훈련소 입소일을 통지받고 며칠 있다가 논문 리비전이 와서 리비전이 좀 늦어지면 입소일을 미룰 뻔했다가 코로나 기수로 꿀좀 빨려고 빨리 마무리하고 입소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훈련도 널널하게 했고 동기들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다.
4주는 역시 훈련소 밖에서는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지만 안에서는 진짜 느리게 흘러간다. 시간 안 가는게 제일 힘들었다. 생활관에서 진짜 자주 하는 말이 시간 너무 안 간다는 것과 불필요한 대기시간 줄이고 빡세게 훈련하면 2주 정도 만에 끝낼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거다. ㅋㅋㅋㅋ
이제 월요일부터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한 달이나 손 놓고 있어서 잘 되려나 모르겠다. 아마 며칠간은 손에 잘 안 잡힐 것 같다.